있다가도 없고 잇다가도 끊는다못 박은 듯 천장에 서 있는 그림자를 넘어트렸다가 일으킨다비었다가 가득 채워짐은 물론 닫히지 아니한다열이 백 하고도 하나 더 있다불러주는 대로 썼다가 다시 하나를 지운다그제서야 맞아떨어진다해가 어제 떴다가 오늘 진다달이 오늘 떴다가 내일 진다대지는 침묵을 지킨다
조심히 삼켜줄래그렇지 않아도 이미 다 깨진 마음인데네가 오독오독 소리 내어 씹어 먹으면내가 어떻게 웃을 수 있겠니안녕, 건네는 인사에 꾹 눌러 담은 저주는 모르는 척하겠지너도 이 정도의 발버둥은 기대했던 바잖아아니라고?이 흉터를 보면서도 정말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어?자 이제 내 얘기를 들어봐아주 간단한 제안이야지금부터 모든 걸 제자리에 돌려보내 줘그리고 ...
끓어 넘친 계절에 발바닥을 다 데었다진득이는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 성이 너울졌다‘내 지문은 삶아먹은 지 오래요, 고막은 그 보다 먼저 튀겨먹었고 잇몸은 어저께 구워 먹었소’또각또각 유리 구두가 다 깨진 보드블록 위로 녹아내렸다의미라곤 먹고 삼킬래도 찾아보기 힘든 골목 안에서 유일하게 맑고 위태로웠다이미 마지막에 돌아가는 목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기 때...
물때 낀 새벽의 모서리를 도려내언젠가의 기억과 어설피 기워 엮었다시퍼렇게 바랜 천장 아래에서그 밤의 잔해와 오늘의 은하가 너 몰래 뒤섞인다이대로 해가 떠버렸으면낮달의 그림자가 네 이마를 덮어버렸으면가난한 약속이 파도에 쓸려가 버렸으면숨보다 더 가벼운 먼지가 되어버렸으면
너는 곧 밤이다 눈을 뜨고도 헤매고 마는 손이 있어도 묶을 수 없는 빛을 숨어도 눈부신 밤은 곧 나를 부른다 네 노래를 담아 둔 모래시계를 뒤집고 모르는 척 내 혓바닥에 들러붙어서는 마치 너처럼 나를 부른다 달이 뜰 때까지 내 이름만 문지른다 나는 곧 새벽에 닿는다 빗방울 외에는 반겨주는 이도 없는 곳에 잃어버렸어도 잊혀지지 않는 그 때 그 계단 위에 날카...
당신의 증오마저 나에게는 과분하다는 걸 알까요 더 세게, 여린 줄기를 짓밟아주세요 옅은 연두빛 물이 바닥을 다 물들이게, 그대의 발가락 사이사이를 더럽히게, 프리지아 향에 끝도 없이 재채기가 이어지게
굳이 청하지 않아도 밀려오는 잠이고 싶다 네 방 달력에 새겨진 기념일이고 싶다 너의 위로이자 아침이고 싶다 너의 앞에선 하나의 뜻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거창하고 또 소박한 소원
눈 감았다 뜨면 터널이었고 또 눈 감았다 뜨면 바다였다 니가 그 좁은 문 틈 사이로 귓속말을 흘려넣었을 때 나는 파도에 쓸려간 내 열쇠 따위를 떠올렸다
'나'는 언제고 '너'가 될 수 있다너만 그걸 모른다더라봄의 샛노란 죽음 앞에서 나부끼던 너만 모른다사실은너만 모르게 하라더라진흙으로 입을 틀어막은 나결국 혓바닥마저 굳어버렸나타들어가는 발가락을 숨긴 너는 무언가 눈치챈 마냥 라디오를 껐다경계선 위에 바짝 엎드린 채로 주위를 살핀다언제부터 그려져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닳고 닳은 금누구도 밟지 말아야 할 싹...
어쩌자고 아궁이를 집어삼켰던가시뻘건 속을 하고 펑펑 울고 싶었나까맣게 탄 재를 한 가득 토하고 싶었나밤만 되면 불길에 뛰어들고 싶은 걸 참다가 병이 났단다봄바람에도 으들으들 뼈가 시리고강 가까이만 가도 헛구역질을 하더란다좌심방에 사무친 구절이 숨 쉴 때마다 알알이 아리더란다차라리 지옥에 떨어지겠다며 기도하던 그는불덩이를 씹어먹고 부나방이 됐단다병에 빠져 죽...
불면의 밤을 헤엄쳐요 당신이 선사한 지느러미로 (사실은 가라앉고 있어요)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을 당신의 방문이라 할 수 있겠다 부르지 않았으나 철문을 두드리고, 대답하지 않았으나 낮은 담을 훌쩍 뛰어넘고, 시선 한 번 마주하지 않았으나 기어코 나의 뺨을 더듬고 간 당신 아, 멀어지는 당신의 발등을 감싸고 있는 것은 봄의 사체인가요 내 심장의 허물인가요 지극히 이기적이고도 지극히 이타적인 당신이 쏟아낸, 당신을 닮은 소나기에 속절...
네 이름을 움키려고 태어난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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